HOME > HRD Knowledge > HRD Column

파더십이 필요한 이유

By 강봉국2013-12-02

조회 : 988 의견보기 (총 1건)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초등학교 2학년 생의 글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조사한 통계에서 미국은 60%가 아버지라고 대답한 반면, 한국은 6%만이 아버지라고 대답했다고 한 바처럼 ‘아빠'가 된 남자로서의 삶은 고단하다. 엄부자모(嚴父慈母)란 말처럼, 전통적으로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를 이상적인 부모상으로 여겨 왔던 한국에서 따라서 보통 아버지들은 최근까지도 가정의 경제적 부양이나 가정 밖의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경제의 세렝게티에서 처자식들을 지켜내야 하는 외로운 수컷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 마음부림치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함께하지 못한다고 하여 아버지의 자리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테판 폴터는 그의 저서에서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에는 아버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를 ‘아버지 요인’이라고 규정한다. ‘아버지 요인’이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버지의 태도, 행동, 가치, 직업윤리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 유형 등을 의미한다. 즉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대로, 실패하거나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또 그 나름대로 상당부분 아버지의 문제에 기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던 사람에게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느새 아버지와 닮은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즉, 아버지 요인의 특징은 자녀들이 아버지의 행동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와 동일시(同一視)하는 데 있다. 즉, 아버지 요인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효과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효과가 점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심리학자 브루노 베틀하임이 ''가해자와의 동일시''란 표현으로 바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폭력 아버지를 둔 아이들의 70% 이상이 나중에 자라서 또 폭력 아버지가 된다는 연구 결과나,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가진 아이들도 나중에 자라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이 일반적인 아이들의 네 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바로 이러한 아버지 요인의 부정적 효과이다. 즉 내게 해를 가하는 사람을 증오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닮아간다는 얘기다.

물론, 아버지 요인은 긍정적인 작용이 더 많다. 미국의 로버트 블랜차드의 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그룹, 관심이 많은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한 결과 학업 성취도에서 후자가 전자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관심이 아이들의 학업 성적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코네티컷 대학 로날드 로너 박사팀이 1975년부터 2010년까지 10,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엄마보다 아빠와 함께 놀거나 대화를 많이 했던 아이들의 성격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엄마보다 아빠가 아이의 행복과 정서 안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MBC '아빠 어디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보듯 엄부(嚴父)가 아닌 자부(慈父)로서의 아빠, 자녀와 친구처럼 놀아 주며 교감하는 프렌디, 즉 친구 같은 아빠의 역할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바야흐로 ‘아빠 육아’의 시대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엄마만큼, 혹은 엄마 이상으로 아빠가 하는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아빠 육아’의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려니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아빠인지 객관화해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빠라면, 혹은 곧 아빠가 될 예비 아빠라면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떤지 되돌아보자.

사람은 앞서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는 아이들의 등대로서 부지불식간에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이 이 시대의 아빠들이 파더십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의견보기 (총 1개)

1 아빠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좋은 Insight 주신만큼 책을 반복해서 숙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하겠습니다^^
KUDOS 님 | 2014-01-15 19:33:39 |

로그인 후 의견쓰기 가능합니다.

  • slideshow
  • slideshow
  • slideshow
  • slideshow